(이광섭 기자의 입시칼럼) 여러분은 벤담, 칸트, 아리스토텔레스 중에 누구의 생각이 마음에 들어요?

이광섭 기자l승인2017.09.29l수정2017.10.0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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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학일보 이광섭 대표, (경력) 경기도교육청출입기자, 서울주요대학입학처 출입기자, 교육청 진로진학 상담 1급 정교사 연수 교수, (저서) 학생부 자소서 면접평가, 학교생활기록부 활동과 작성법

학교생활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우리는 학습이나 진로 활동의 결과인 대학 진학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까, 자기주도성을 따라야 할까, 아니면 의지나 품성에 따라야 할까?

[ 학생부혁신적 접근 ]

'학생부혁신'은 학습이나 진로 활동의 결과가 가져다줄 대학 합격을 중시한다. '학생부혁신'에 따르면 합격을 가져다주는 활동은 옳은 활동이며 불합격을 가져다주는 활동은 그릇된 활동이다.

'학생부혁신'의 대표적인 사상가는 벤담이다. 그는 모든 사람은 상위권 대학 입학을 바랄 뿐 아니라 실제로 추구한다고 보고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의 합격이 목표라고 생각했다.

'학생부혁신'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기준이 활동의 결과인가 아니면 그 활동에 적용되고 있는 규칙의 결과인가에 따라 '활동학생부혁신'과 '규칙학생부혁신'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동아리 활동과 중간고사 내신 대비 시간을 갈등하고 있다고 하자. '활동학생부혁신'은 진학을 위한 유용성을 계산한 후 최대의 유용성을 산출할 대안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실천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우리는 대개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하므로 경우마다 어떤 대안이 더 큰 유용성을 가져올 것인지 계산하기 어렵다. 동아리 친구들의 약속을 어기고 내신 공부에 집중할 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경우 '활동학생부혁신'은 그 약속을 어기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과연 그런 선택이 입시에 유리했는지, 또 친구와 약속을 어기므로 해서 이후 동아리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가 없다.

'규칙학생부혁신'은 더 큰 유용성을 산출하는 입시의 규칙을 따르라고 말한다. 대학은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정시전형 등과 같은 입시 전형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입시 규칙을 사전에 알려준다. 우리는 이 규칙을 확인하고 입시에 유리한 일관된 선택을 할 수 있다.

[ 수업혁신적 접근 ]

‘수업혁신’은 자기주도성을 따를 것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접근의 대표적인 사상가는 칸트이다. 그는 학습이나 진로 활동의 결과인 대학 진학보다 동기를 중시하면서 오로지 자기주도성에서 나온 학습이나 진로 활동만이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은 자기주도성을 의식할 수 있다. 자기주도성은 정언 명령의 형식으로 제시된다.

정언 명령이란 학습이나 진로 활동의 결과와 상관없이 활동 자체가 무조건 수행해야 하는 명령이다. 이와 달리 가언 명령은 어떤 조건이 붙는 명령으로 "만약 네가 서울대 가기를 원한다면 너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라는 형식으로 표현된다.

우리 속담에 “대감 죽은 데는 안 가도 대감 말〔馬〕 죽은 데는 간다.”라는 말이 있다. 대감이 살아 있을 때는 대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대감 말〔馬〕이 죽어도 조문을 가지만 대감이 죽으면 잘 보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문을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의 학생부가 말〔馬〕의 죽음에 조문을 가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해볼 시점이다.

'학생부혁신'이나 '수업혁신'은 학생이 어떤 학습이나 진로 활동을 하는가에 따라 그 학생을 판단한다. 즉 학생의 의지나 품성보다는 활동에 더 관심을 갖는다.

[ 교육혁신적 접근 ]

아리스토텔레스는 옳은 결정을 하려면 먼저 의지나 품성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옳은 결정을 위해 활동을 인도해 주는 자기주도성을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의지나 품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것을 갖추려면 활동을 습관화하여 자신의 행위로 내면화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와 같은 접근을 '교육적혁신' 이라고 한다.

'교육적혁신'은 '자기주도적으로 활동하라'가 아니라 '의지나 품성을 갖추어라'고 요구한다.

'교육적혁신'과 '수업적혁신'은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이는 결과적으로 나타날 뿐이다.


이광섭 기자  lgslgs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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